*개인 목적 백업, 오역/의역 다수
광계시의 가을은 늘 급작스럽게 찾아오는데, 비가 온 후 기온이 10도 이상 급격히 떨어졌다
아직 밤이 늦지 않았는데도, 도로에는 걸어다니는 사람이 없었다
밤 바람은 거세져 옥상 가드레일에 거칠게 부딪혔고, 금속 막대는 부딪히고 긁히며 귀를 찢는 소리를 냈다.
땅보다는 하늘에 더 가까운 옥상 가장자리에, 한 소년이 총을 들고 서있었다.
소년의 발은 절반 이상이 공중에 떠있었지만, 매우 안정적이었고 총구는 아래를 향한 채, 검은 차를 가리키고 있었다.
그로 부터 10분쯤 지나자, 배가 나온 중년 남성이 잔뜩 취한 채 강당에서 걸어나왔다.
소년은 방아쇠를 당기지 않고 침착하게 남자를 바라보았다.
교복을 입은 소녀를 품에 안고 걸어가는 남자의 얼굴에는 그 어떤 죄악감도 보이지 않았고, 오히려 승리자의 오만함과 신이 안배한 운명에 대한 자부심만이 엿보였다. ( 沾沾自喜 득의하여 뽐내다)
소년은 잠시 생각했다. 만일 자신이 지금 남자의 옆을 지난다면, 남자는 지난 날의 기억을 떠올릴 것인가. (샤오이 궤적 참고)
그는 한 때 세상을 믿기 위해 노력했지만, 세상은 그를 실망시켰다. 사람들은 너무 쉽게 망각하는 버릇이 있어, 3개월 정도만 버티고 있으면, 일을 저지르고도 정상적인 삶의 궤도로 돌아갈 수 있다.
남자의 품에 안긴 소녀는 익숙한 듯 남자가 자신을 끌고 가도록 내버려 두었지만, 소년은 문이 열리는 순간 작게 훌쩍이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옥상에 부는 바람은 점점 더 거세지고 가드레일은 이리저리 부딪히며 큰 소리를 내어 클라이맥스가 임박했다는 느낌을 준다.
자동차의 불빛이 깜박이고, 소년은 방아쇠를 당겼다
참새 몇몇이 총소리에 놀라 푸드득 거리며 날아갔다.
남자는 이미 몸에 큰 구멍이 뚫려 쓰러졌고, 눈에서는 피와 함께 맑은 물이 흘러내렸으며 온 몸은 겁에 질린 파충류처럼 미약하게 경련했다. 옆에 있던 소녀는 순식간에 일어난 일을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서있었다.
달빛에 섞인 피가 온 바닥을 적셨을 때, 비로소 소녀는 정신을 차리고 총알이 있는 쪽을 바라보더니 도망쳤다
"여섯 명째"
바람에 소년이 입은 얇은 티셔츠가 휘날리며 입꼬리가 올라갔다. 복수에 가깝지만, 복수심만은 아닌 감정이 소년의 몸을 가득 채웠다.
그는 그 감정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지 못했지만 그가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를 찾은 것처럼 진심으로 행복했다. 그래서 그는 남자의 몸이 더는 움직이지 않을 때까지 몇 번이고 방아쇠를 당겼다.
그러나 그런 고양감은 잠시일뿐, 이내 사라졌다.
소년이 무표정한 얼굴로 다음 목록을 뒤지던 중, 입구의 철문에서 갑작스런 인기척이 느껴졌다.
그가 문가로 시선을 돌리자, 문 밑 틈새로 까만 캔버스 신발 한 켤레가 어렴풋이 보였다.
"나와"
그가 말을 다 내뱉기도 전에, 문이 크게 덜컹거렸다.
문 뒤의 소년은 겁에 질려 발이 바닥에 붙는 듯하였지만 물러날 방법이 없어 문 밖으로 나가는 수밖에 없었다.
소년은 12,13세 정도 되어보이는 앳된 얼굴에 안색은 누렇고 어깨는 한껏 수그러들었으며 비릿한 생고기 냄새도 풍겼다.
샤오2 : 왜 뒤에 숨어있었지?
남자는 너무 겁이 나서 몸을 벌벌 떨었지만, 자신을 안정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소년 : 사,살려줘...나는 아무것도 보지 못했어. 나, 나는 단지 네게 고맙다고 인사하고 싶어서 그래서 왔어요...
소년이 아무 대답도 하지 않자, 남자는 더욱 겁이 나서 말을 더이상 잇지 못하고 무릎을 꿇고 울기 시작했다.
소년 : 진짜, 진심이에요...저를 살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저, 저는 오늘 일을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을게요. 진짜...만약 말한다면 저는 천벌을 받을 거예요!
소년은 진심이라는 듯 열성적으로 허우적거렸다.
일 분이 지나도록 어떤 일도 일어나지 않자, 남자는 자신이 살아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 듯 얼굴을 꼬집어 보더니 고개를 들었다.
소년 : 당신은 혹시 기억을 못 하나요? 방금 전 피시방 앞에서 구타를 당할 뻔 했는데, 당신이 와서 경찰이 근처에 있다고 해줘서 맞지 않았어요.
샤오2 : 너구나.
이제야 생각이 났다는 듯, 남자는 무표정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샤오2: 네가 한 말을 명심해두고, 그만 가봐.
소년은 고맙다고 인사를 한 후 문으로 달려갔지만 움직이지 않고 그 자리에 멈춰섰다.
그는 밖으로 나가는 계단과 소년 사이에서 몇 초간 머뭇거리더니 이내 이를 악물고 돌아섰다.
소년 : 실례지만.....당신은 사람을 죽이는 일을 하나요?
남자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호기심 어린 눈으로 그를 쳐다봤다. 소년은 침묵을 긍정으로 알아들은 듯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였다.
소년 : 제 부탁 하나만 들어주세요. 제가 가진 돈은 다 드릴 수 있고 모자라면 차용증이라도 쓸게요.
샤오2: 내 보수는 매우 높아
놀랍게도 남자는 즉시 거절하지 않았다. 소년은 가방을 집어들고 그 속에서 지폐 한 뭉치를 꺼내 남자에게 건냈다.
소년 : 이 돈으로는 부족한가요? 부족하면 더 드릴 수 있어요. 장학금도 있고 세뱃돈도 있으니 꼭 갚을게요
샤오2: 먼저 처리해야할 일이 뭔지 말해
소년 : ....아까 저를 때리려던 남자는 우리 반의 반장이고 걔네 무리의 대장이에요. 걔는 자기 옆에 앉았다는 이유로 저를 괴롭히고, 제 몸에서 냄새가 난다고 해요. 우리 집은 시장에서 고기를 팔기 때문에 아무리 깨끗하게 씻어도 냄새가 다 빠지지않아요. 선생님께 말씀드리고 자리를 바꾸려고 했는데 걔가 알고서는 제 옷을 찢어버리고 제가 뒤에서 그를 모함했다고 얘기해요. 봐요.
남자가 자신의 교복 상의를 들추니, 그 안에 있는 티셔츠는 너덜거렸고 목에 있는 옥 목걸이도 긁힌 자국으로 뒤덮여 있었다. 옥패는 아마 태어났을 때 가족들이 그에게 준 것일거다. 소년의 시선은 한동안 그곳에 머물러 있었다.
소년 : 저희 아버지는 제가 학교에서 나쁜 짓을 하느라 옷이 이렇게 더러워졌다고 생각해요.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말썽만 피운다고 혼을 내시죠. 저는 다른 동급생이 그랬다고 했지만 제 말은 믿지도 않고 내가 먼저 다른 사람을 때렸다고 생각해요
그는 생각만해도 괴로운지 옥 패를 세게 문지르며 떨리는 목소리를 가라앉히려고 했다.
소년 : 우리 반에 새로운 친구가 전학을 왔는데, 그 친구는 귀가 좋지 않아 같은 말을 여러 번 되물었어요. 한 번은 반장이 제 옷을 자르는 것을 보고 자기 옷을 제게 빌려줬어요. 그러자 반장은 자기한테 대든다고 생각해서 그 친구의 보청기를 부숴버렸어요. 그 친구는 반장과 말다툼을 했고 반장은 다른 반친구들이 그 친구와 말을 섞지 못하도록 명령을 내렸어요.
샤오2: 너도 그 명령을 따랐어?
남자는 부끄러움과 무력감에 얼굴이 붉어졌고 힘겹게 고개를 끄덕였다.
소년 : 그러지 않으면, 나도 고립될테니까.
샤오2 : 내가 맞게 추측했다면, 전학생이 온 이후로 너를 괴롭히는 빈도가 낮아졌지? 너는 안도감을 느꼈고, 다행이라고 생각했을테고
소년 : 어떻게 알았어요....
사실 소년은 만약 너도 그 상황에 있었다면 자신과 똑같이 행동했을 것이라고 쏘아붙이고 싶었지만, 소년의 눈빛에 담긴 조롱을 보니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샤오2: 나를 찾은 건, 그들이 또 너를 노리기 시작해서고?
소년 : 응... 전학생은 반장 앞에서 고개를 숙이고 잘못했다고 하지 않았고, 반장은 크게 화를 냈어요. 걘 전학생의 어머니가 아르바이트로 일한다는 사실을 알고 큰 돈을 주고 그녀를 고용했어. 그리고 몇 시간동안이나 그녀를 엘리베이터 속에 가둬놨어요. 심지어 우릴 자기 집으로 불러 그 모습을 감시카메라로 보여줬고요. 걘 전학생이 용서를 구한다면 특별히 아주머니를 내보내준다고 했어요. 전 참지 못하고 걔를 때렸는데, 걔는 아주머니가 먼저 물건을 훔쳤다고 모욕했어요. 이제 아주머니는 누구도 고용해주지 않아서 몰래몰래 피를 팔며 살아요. 걔는 단지 전학생의 가족이 절망하고 그에게 용서를 구하길 바라서 그러는 거예요! 왜 잘못을 저지른 건 걘데 용서를 구하는 것은 언제나 우리죠?
샤오2: 다 말했어?
소년은 눈물을 훔치며, 고개를 끄덕였다
샤오2: 잘 들었어. 복수할 사람이 있으면 직접 해, 남에게 의존하지 말고
소년 : 모든 방법을 다 시도해 봤지만 전혀 소용없었어요. 선생님을 찾아가 봤지만 이 나이대 애들은 다 싸우면서 크는 거니까 공부에 집중하라고만 하셨어요. 그 애의 아버지가 학교 도서관을 기증했다는 것을 모두가 알아서, 누구도 그 애의 심기를 거스르려고 하지 않아요. 그 다음으로 인터넷에 고발글을 올리고 싶었지만 걔한테 들켰어요. 졸업할 때까지만 버티면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걔는 절 절대 놔주지않겠대요. 이젠 유학을 가지 않는 이상 걔한테서 벗어날 수가 없어요. 경찰에 신고하고 싶지만 걘 자기 집에 최고의 변호사가 있으니 얼마든지 가보라고 했어요. 법은 돈 있는 자를 보호하기 위해 존재할 뿐이에요!
그는 감정이 격해져 숨을 헐떡였고, 우울하고 소심해보였던 눈은 이제 불에 타오르는 듯 크게 떠졌다. 소년은 그 속에서 몇 년 전의 또다른 소년을 보았다. 그 소년 역시 조용하고 내성적이었고 오직 증오만이 그를 살아있게 하였다.
샤오2 : 그래서 넌 내가 어떻게 도와줬으면 하는데? 죽여주길 원해? 아니면 몇 번이고 고문하는 걸 원하는 거야?
소년 : 그, 그렇게 까지는 아니고...난 걔가 교훈을 얻었으면 좋겠어요.
샤오2: 교훈을 준다고? 너 정말 그렇게 생각해?
소년은 습관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샤오2: 됐어, 와서 저 사람을 봐
소년은 턱을 치켜 올리며 턱 끝으로 죽은 남자를 바라보라고 가리켰다.
샤오2: 그는 중학교의 교장이었고, 자신의 권력을 이용해 여학생들을 성추행하는 것을 좋아했어. 걔네는 자신이 자발적으로 그런 일을 당한 것이 아니라는 걸 증명할 방법이 없었지. 나중에 그는 신고도 당하고 녹음파일도 증거로 제출됐고 하반신도 불구가 되었지. 네 생각에는 그 남자가 거기서 멈췄을 것같아?
시체의 악취가 바람에 실려오자 소년은 습관적으로 구역질을 했다.
샤오2: 그는 퇴직했고, 표면적으로는 더이상 학교와 관련이 없었지만 뒤에서는 결코 멈추지 않았어. 오히려 더 나아갔지. 그가 해임된 것이무슨 상관이겠어, 그가 원하는 한 방법은 어떻게든 있었을거야. 그렇지 않아?
하늘은점점 어두워졌고, 달빛에도 그 어둠은 전부 사라지지 않았다. 소년의 모습은 대부분 밤하늘에 가려 잘 보이지 않았고 맑은 안색만이 형형히 빛났다. 인간 본성에 대한 조롱과 절망의 표현이었다.
샤오2: 많은 사람이 짐승으로 태어나는데, 넌 그들이 배움을 얻으면 인간으로 바뀔 것이라고 자신해? 그들은 네게 감사하기는 커녕, 자신이 운이 좋았다고 생각할거야.
잠시동안 소년은 거의 동의할 뻔 했으나, 아직 양심의 목소리가 그를 막아세웠다.
샤오2: 너는 그들의 죄가 충분히 깊지 않다고 생각하는 구나.
소년 : 응...
샤오2: 그럼 그들때문에 다친 사람들에게, 다시 시작할 기회가 있다고 생각해? 살면서 한 번도 범죄를 저지른 적 없는 사람들에게, 공평한 일이라고 생각해? 인간 본성에 도전하지 마. 그가 살아있고 범죄를 저질러도 잡히지 않는다는 것을 아는 한, 걔는 더 간악하게 행동할 뿐이야. 네가 물러설 수록 걘 더 나아가겠지. 네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을 수록, 걘 오히려 널 두려워 할거야. 괴롭힘을 당하는 사람은 언제나 괴롭히기 쉬운 만만한 사람이지. 다시 물어볼게. 넌 영원히 그의 개가 되어서 발 밑에 엎드릴 거야?
소년 : 그치만, 걔네 가족이 나를 찾아내서 복수하면 어떡해? 아니면 내가 잡혀서 감옥에 가야한다면...
샤오2: 그러니까 죽어야 하는거야. 죽으면 아무 말도 못할테니까.
소년이 갑자기 고개를 돌리자, 호수 표면처럼 고요했던 얼굴에 처음으로 표정이 드러났다. 그는 잠시 웃었는데 왜인지 모르게 순수함과 사악함, 희망과 절망이 동시에 느껴졌다. 그의 눈빛에는 어떤 기대도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눈이 부시게 빛났다. 그렇게 집중해서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남자의 가슴은 길고 뜨거운 잔상이 남았다.
그는 죽어 마땅해! 그는 평생 착하게살았는데 왜 시궁창에서 썩어야 하는거지! 정말 그를 찔러 죽여버리고 싶어. 너무 잘됐다 이젠 더이상 참을 수 없어, 더이상 참을 필요없다고. 쓰레기, 이 버러지같은 새끼! 죽어, 죽게 놔둬고통스럽게 놔둬! 지옥에나 가버려!
잠시간의 부끄러움이 지나고, 그는 이제껏 경험해보지 못한 쾌감을 느꼈다. 그는 자신이 신을 만났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신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가 서있는 이곳은 하늘과 너무 가까웠으므로, 천지신명 앞에선 의심을 표출하지 않고 겸손히 굴어야 했다
소년 : 나, 나는그가 죽었으면 좋겠어요
목소리가 떨리지 않도록 애썼지만, 마지막 말을 끝마칠 때까지도 그는 두려움에 눈을 감고 있었다. 그러나 언젠가는 익숙해질 것이다.
샤오2: 방아쇠를 당겨
소년 : 뭐라고?
샤오2: 저기 누운 시체를 쏠 수 있다면, 내가 널 도와줄게
망설임은 오래가지 않았다. 소년은 총을 잡았고, 총소리가 울리는 순간 문득 자신이 신이 된 것같은 기분을 느꼈다.
소년 : 죄송합니다. 제대로 조준하지 않았어요
소년은 차 지붕에 뚫린 구멍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인간의 마음은 연약해서 시험을 견딜 수 없다. 연약한 점을 찾아 밀어붙이면 누구나 자신도 모르는 새 추악한 면이 드러나기 마련이다. 아무리 소심한 사람이라도 숨을 수 없다
사실 오랫동안 그가 죽은 줄 알았는데, 다만 제게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이었다.
샤오2 : 가자
문 앞에 이르자 그는 갑작스레 고개를 돌려, 벽에 그려진 하얀 낙서를 바라보았다. 지금은 잡초와곰팡이로 뒤덮여 더이상 그의글씨를 알아볼 수가 없다.